남편(선호빈 감독님)의 말을 들어봤으니 아내의 말도 들어봐야 공평하지 않은가.
그래서 읽게 된 책 [슬기로운 B급 며느리 생활]이다.
이 책은 B급 며느리를 쓰신 선호빈 감독님의 아내 김진영 씨가 쓴 책이다.
최근 들어 부부상담과 관련된 영상을 많이 봤는데 이 책에 그런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.
작가님이 부부상담 공부를 많이 하신 것인지 원래 생각이신 건지를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 재밌었다.
고부갈등에서는 내 생각이 꽤나 튼튼해야 한다.
그렇지 않으면 시댁과 남편의 생각이 맞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.
처음 며느라기 때는 시댁과 남편한테 잘 보이고 싶어 무조건 의견에 따랐다.
매일 카카오톡 단톡방에 안부 인사 하라고 하면 억지로 억지로 울면서라도 했고
한 달에 2~3번씩 우리 집에서 2박 3일씩 주무시고 가신다고 해도 알겠다고 했다.
오히려 어떤 음식을 마련해 놓을까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으실까 노심초사했다.
집에 오시면 가구 배치며 아이 양육이며 정리 정돈, 음식 평가 등 갖가지 잔소리를 하셨지만 그러려니 했다.
오히려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우리 집에 대해 더 만족해하실까를 고민했다.
그러다 보니 난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지적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.
무언가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. '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...'
그때부터는 내 생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.
최소한 남편한테 만큼은 내 목소리를 냈다.
난 그렇게 아무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못난 사람이 아니고
우리 가족이 모두 만족스럽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시댁한테 평가받는 건 아닌 것 같다고
그 이후 남편은 더 이상 시부모님의 잔소리를 좌시하지 않았다.
그렇지만 시부모님은 변하시지 않으셨다.
난 남편의 안일한 대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.
하지만 그것 남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.
난 옆에서 미소를 띠며 '네, 어머님'하고 있었기 때문이다.
책의 문구처럼 난 아프다고 하지 않고 있었다. 괜찮다고 하고 있었다.
그러면서 왜 날 아프게 하는 거야 하고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렸다.
그래서 저 책의 저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나 보다.
"다만 나는 아플 때는 아프다고 목청 높여 소리치는 사람이고, 그렇게 하니 다들 내가 아프다고 하는 곳은 잘 건들지 않게 된 것이다."
아이에게 매일 가르치는 것이 있다. 감정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이다.
이걸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. 저건 저래서 싫다. 이건 이래서 좋다.
어린아이에게 가르치는 건데 그보다 30년을 더 산 내가 못 하고 있는 것이다.
아이와 같이 연습해야겠다. 어차피 잘 됐다. 아이와 같이 배우면 되는 거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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